행목한 엠마 행복한 돼지 그리고 남자 -클라우디아 슈라이버


오랜만에 읽은 소설책이다. 바쁜 일상에 치여 여유롭게 소설책을 읽을 시간이 없었는데 짬짬이 이동하는 지하철에서 이 책을 읽고 눈물이 날 뻔했다.

엠마는 시골촌뜨기다.  외롭게 자신의 농장을 꾸려나가는 외톨이였다. 가부장적이고 폭력적인 가정에서 자란 엠마는 여자이기보다는 일꾼으로 길러진 억척스러운 인물이다. 하지만 억척스럽다고 표현하기에는 부족한 순수하고 매력적인 면을 가진 여성이다. 자신이 키우는 돼지를 누구보다 사랑하고 그렇기 때문에 아무 고통 없이 생을 마감하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돼지를 도살했다.

그렇게 살아가는 엠마의 삶에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은 막스라는 인물이 나타난다. 평생 하고싶은 것 못하고 틀에 맞추어 살다가 처음 시한부라는 것을 알고 일탈을 저지르면서 엠마를 만나게 된다. 두사람은 너무나 다르지만 서로의 다른 점을 인정해주면서 사랑을 하게 된다. 결국 막스는 엠마의 도움으로 고통 없이 죽게 된다.

나는 막스를 만나 엠마가 농장을 벗어나서 새로운 삶을 찾아가는 장면이 가장 인상 깊었다. 우리는 누구나 변화를 두려워하며 기존의 살던 방식을 고집하게 된다. 나이가 들면 더욱 심해진다. 어쩌면 자유보다도 역할이 있는 삶을 우리는 원하고 있을 것이다. 엠마 또한 그랬을 것이다. 엠마의 역할은 자신이 선택한 것이 아닌 길들여졌던 것이다. 평생 농장을 벗어난 적 없던 엠마는 농장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막스가고 싶어했던 멕시코로 떠난다. 난 마치 내가 엠마가 되어 떠난 것 같이 행복하고 홀가분했다. 8년 동안 일한 직장에서 벗어나 잠시 휴식을 가지기로 했지만 그렇게 행복할 것 같아던 내가 너무 불안하고 외로웠던 것이 이해가 안되었다. 하지만 그 이유를 엠마를 통해 알게 되었고 엠마를 통해 육체적인 해방감과 동시에 정신적인 해방감이 느껴졌다. 물론 다시 약간의 두려움과 외로움이 있지만 말이다.


나는 책이 너무 재미있어 영화도 찾아서 봤다. 역시 책보다 못한 영화였다. 평점이 높았지만 아마 책을 먼저 읽은 분이하면 영화가 책보다 못하다고 느낄 것이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주인공들이 너무 잘생겼고 전개가 빨랐으며 내가 가장 좋아하는 떠나는 내용이 다 사라졌다. ㅠㅠ

아무튼 엠마는 이제 어디에 가서도 행복하게 잘 살고 있을 것 같고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나를 포함한 갇혀 있는 엠마에게 두려움에서 벗어나서 행복의 길로 떠나라고 알려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