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지난 주말에 헤드윅 뮤지컬 공연을 보러가자고 했다.
전부터 헤드윅 뮤지컬 보고 싶었는데 원하는 배우가 나오지 않아서 몇번이나 지나쳤다.
13년 전에 남편과 대학로에서 처음으로 헤드윅 뮤지컬을 보았다.
그떄는 오만석이 헤드윅으로 나왔는데 당시만 해도 오만석이라는 배우의 인지도가 지금처럼 있지 않았다.
헤드윅 뮤지컬을 통해 오만석이라는 배우는 알게 되었고 그 뒤에 티비에 자주 나와 드라마에서도 볼 수 있었다.
오만석의 연기도 좋았지만 20대 시절 헤드윅 공연은 인상깊은 경험 중 하나였다.
특히 타이틀 곡 'origin of love'와 함께 나오는 일러스트 작품은 잊혀지지 않는 멋진 순간이였다.
그 뒤 남편과 나는 헤드윅 영화도 자주 보고, 음악도 곧잘 들었다.
나는 힘들 때면 헤드윅 음악을 들으면 이상하게 힘이 났다.
가사도 거의 외울 지경이였다.
이렇게 우리 부부에게 특별한 헤드윅 공연을 13년 만에 다시 보게 되었다.
마이클리라는 배우가 헤드윅으로 나오는 공연으로 공연 전부가 영어로 진행된다.
마침 kt할인으로 20%싸게 티켓을 구입할 수 있었지만 한 장당 약 8만원 정도의 공연이라 결코 싸지 않은 가격이였다.
토요일 오후 2시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에서 하는 공연이지만 주차를 저렴하게 할 수 있는 곳을 찾아서 주차를 하고 걸어갈 생각에
2시간 정도 일찍 출발하였다.
주차를 하고 나오는 길에 너무 졸려서 MASS 카페에서 에스프레소와 딸기 요거트를 주문해서 먹고 출발했다..
가격이 저렴해서 찾아보니 분점이 많이 있는 체인점이다.
앉아서 먹고 갈려고 진작 생각했다면 잔에다 주문할껄 그랬다.
ㅎㅎㅎㅎㅎ
큰 일회용 잔에 에스프레소 한잔에 휘핑크림 추가했다.
딸기 요거트도 나왔는데 완전 대용량이다.
다먹으면 식사한 것 처럼 배가 부르다.
시간에 맞추어 홍익아트센터에 가서 기념 사진도 찍고
이것저것 전시품을 구경했다.
마이클리라는 배우가 궁금해서 찾아보니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공연을 꽤 하신 분이였다.
그리고 존 카메론 미첼과 가장 비슷한 목소리를 가지셨다고 한다.
그리고 젋어보였는데 마흔이 훌쩍 넓은 가장이였다.
멋지다고 생각했다.
영어로 진행하는 것이 단점이기는 하지만 또다른 차원에서는 원곡의 분위기를 헤치지 않고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장점이 될 것 같다.
오리지널 헤드윅 트랙을 듣다가 우리말로 바꿔서 부른 헤드윅 곡을 들으면 어색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기념품중에 다 팔린 것이 많았다.
관객의 대부분이 여자분이셨다.
공연에 들어가면 2시간 이상 공연이 이어지고 중간에 나오면 다시 들어가지 못한다.
그리고 무대 촬영이 금지되어 있다.
공연이 시작되었다.
사실 락공연이라 뱃속에 짱짱이가 놀라지 않을까 걱정을 했는데
시작하자 마자 걱정이 현실이 되었다.
ㅎㅎㅎㅎㅎㅎㅎ
반주가 어찌가 큰지 그때부터 뱃속에 짱짱이가 반응하기 시작했다.
정말 배경음향이 어찐 쩌렁쩌렁하진 배속까지 소리가 울려 진동하는 것이 느껴졌다.
식은땀이 났다.
비싼 돈주고 구매했는데 도중에 나가야할까? 고민이 많았다.
다행이 가지고 온 가방으로 배를 감싸고 또 첫곡이 지나니 대사와 잔잔하 곡들이 연이어 나와 짱짱이가 진정하는 것 같았다.
짱짱아 미안하다. ㅠㅠ 엄마가 참 철없구나.
예전에 봤던 한국어 공연보다 무대나 연기가 세련되었다.
마이클리 공연은 오만석이 공연했던 것보다 담백했다.
감정을 절제해서 원작에 다가가려는 노력이 보였다.
과잉으로 감정을 넣어서 오버스러운 연기보다 담담한 연기가 훨씬 좋았다.
하지만 한국어로 했을 때보다 몰입도는 확실히 떨어지는 것 같다.
물론 나는 영어수준이 높지 않기 때문에 더욱 그럴 것이다.
영어로 대사가 진행되니 영어를 모르는 사람들은 집중도가 떨어질 것 같다.
그리고 다 끝나고 나서 앵콜 무대가 이어졌다.
사람들이 다 일어나서 함께 뛰면서 즐기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짱짱이 걱정에 앵콜을 보지 않고 나와 버렸다.
마이클리가 추석을 앞둬서 그런지 꽤 긴 앵콜공연을 해주었다.
예전에 헤드윅을 봤을 때만큼 가슴이 뜨거워지지는 않았지만
추억을 되새기는 좋은 공연이였던 것 같다.